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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여성이 그린 여성의 이야기였어요.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작가는 여자와 여자의 알쏭달쏭한 관계를 훌륭하게 그려냅니다. 모녀간, 자매간, 고교 동창 간 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여자와 여자가 만나 역사를 만들고 예술을 만들지요. 강연과 공연 등을 하며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유독 저는 여성을 섬세하게 대하곤 해요. 슈퍼우먼으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존경하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하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여성이 있었네요. 바로 여성 작곡가 레일레후아 란질로티(42)입니다. 지난 9월 열린, 아르바이트 주휴수당 미대륙을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2025~2026시즌 오프닝 콘서트.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17년간 몸담은 엘에이(LA) 필하모닉을 떠나 뉴욕 필의 음악감독 및 예술감독으로 부임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새 역사, 새 출발, 새 시즌을 알리는 공연에 ‘아메리카’의 정체성이 빠질 수 없겠지요.
이 프로그램에 학자금대출 한도 서 미국이 품은 음악은 무엇이었을까요? 하와이 출신의 1983년생 작곡가 레일레후아 란질로티의 ‘빛과 돌’의 뉴욕 필하모닉 위촉 및 세계 초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할 헝가리의 작곡가 벨러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예정된 하이라이트였어요.
콘서트의 2부는 미국의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의 두번째 교향곡, 이 곡은 ‘미국 교향곡’ 격이 수익율계산 에요. 예일대에 다녔던 아이브스는 아이비리그의 노래, 찬송가, 포스터가 작곡한 미국 민요 등 미국인이라면 환호할 유명 노래 선율을 교향곡 이곳저곳에 샘플링합니다.
이번에 링컨 센터에서 뉴욕 필의 공연을 직접 보며 제 가슴에는 특별히 하와이가 남았습니다. 첫 곡 ‘빛과 돌’의 작곡가 레일레후아 란질로티라는 이름은 무척 낯설고 길었어요. ‘빛 증권브로커 과 돌’은 하와이라는 천혜의 땅을 그린 음악이에요. 천혜의 땅이었기에 억압이 있었고, 결국 미합중국의 50번째 주, 하와이주가 되지요. 레일레후아 란질로티는 하와이의 마지막 왕조인 칼라카우아 왕조의 네 남매의 삶과 작품에서 ‘빛과 돌’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곡의 배경을 모른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곡이기도 했어요. 네 남매는 칼라카 이자지급방법 우아 왕(1836~1891)과 그의 여동생 릴리우오칼라니 여왕(1838~1917), 그리고 리켈리케 공주(1851~1887)와 렐레이오호쿠 왕자(1855~1877)로, 이들은 하와이 민족의 자부심을 지키고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는 데 앞장서며 ‘천상의 4인’이라고 불렸답니다.
왕족이면서 작곡가였다니, 호기심이 일었어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노래, 찬송가로도 불리는 ‘알로하 오에’는 ‘하와이 아리랑’인 셈이지요. 수많은 영화에 나오다 보니 그저 하와이 민요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바로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었어요. 그녀는 하와이의 마지막 여왕으로, 이 노래를 작곡할 당시엔 아직 공주였지만 13년 뒤 미국의 개입으로 속을 끓인 칼라카우아 왕이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하와이 왕조의 8번째 군주로 즉위합니다. 비록 2년간 재위했지만, 하와이를 너무나 사랑한 그녀는 미국의 하와이 합병에 반대하여 “하와이는 하와이인의 것”임을 외치며 백악관을 찾아가 대통령에게 항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탕수수 재배 등 경제 및 정치적 이권을 차지하려는 미국에 무릎을 꿇어요.
“저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나는 떠나요./ 그대를 두고./ 알로하 오에, 그대여 안녕,/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가사 요약)
하와이 민속 악기의 반주 위에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마음이 여성의 구슬픈 목소리로 들려옵니다. 서양의 노래 선율에 정겨운 하와이 전통 악기인 우쿨렐레 반주가 어우러지죠. 어느 날 여왕이 말을 타고 가다가 사랑하는 연인의 목에 레이(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별하는 하와이 여성을 보고 영감을 얻어 1878년 가사를 쓰고 작곡했다고 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전해에 그녀의 막냇동생이 스물두살에 세상을 떠나요.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떠나보내는 누나의 노래였을까요? 또 하와이 왕조와의 이별에 아파하며 언젠가는 그대가 돌아오듯, 하와이의 독립을 굳게 믿은 여왕의 염원을 담았을까요?



하와이 왕조의 8번째 군주였던 릴리우오칼라니 여왕과 그가 작곡한 ‘알로하 오에’ 악보.


‘알로하 오에’는 2025년 레일레후아 란질로티의 창작곡 ‘빛과 돌’로 연결됩니다. 곡 전체에 네 남매의 음악과 하와이에 대한 사랑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작곡가로서 또 여성으로서 ‘알로하 오에’를 작곡한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특별히 경애한 것 같아요.
여왕은 나라를 잃었을 뿐 아니라 오빠와 동생들의 죽음을 겪었어요. 레일레후아 란질로티는 여왕이 겪었을 수모와 슬픔을 그녀만의 음색 팔레트에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대자연 하와이, 그 고유의 정체성이 고요하고 서정적인 음표 하나하나로, 다양한 질감의 소리로 피어올랐어요. 오케스트라는 비와 바람을 들려주었고, 종소리를 통해 명상 단계에 진입하기도 했어요. 2악장에서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막내 왕자를 향한 사랑과 슬픔을 칼라카우아 왕이 작사한 하와이 국가(왕조의 노래) 선율로 담아내고, 마지막 4악장에서는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작곡한 이전 하와이 국가(왕조의 노래)의 선율이 흐릅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위촉으로 무대 위에서 소리로 피어난 하와이. 그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던 하와이인. 가진 것을 내놓아야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내 나라, 내 민족도 떠올랐어요. 외국이다 보니 좀 더 애국심이 고양된 순간이었지요.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레일레후아 란질로티의 미소엔, 하와이인이라는 자부심이 피어났어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최고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그는 미국의 흙을 밟고 사는 이민자로서 ‘아메리칸드림’의 표상이지요. 그런 그가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이번 프로그램에 미국을 새겨 넣었네요. 이렇게 해서 미국은 하와이를 품고, 헝가리의 작곡가를 품고, 또 뉴욕에서 탄생한 미국 교향곡으로 미국인에게 고양감을 심어줍니다.
100년 전, 오스트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알로하 오에’를 바이올린 연주용으로 편곡했어요. 크라이슬러 본인뿐 아니라, 버르토크의 뒤를 잇는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졸탄 코치시가 바이올리니스트와 연주한 녹음도 들어보세요.
안인모 피아니스트